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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d(life)
[삼봉이발소]를 읽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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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경쟁이 치열해서 대여하기 어려웠던 [삼봉이발소]를 빌려보았다. 웹툰에서 유명해진 작품이라,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고, 잠시 해당 사이트에 올라가 읽어본 적도 있었지만, 웹툰의 특성상 하루치씩만 올라오기에 한 화면에 짧은 내용만 진행되고, 다음날분으로 넘어가기위해 클릭을 해야하는 번거로움때문에 중간에 읽기를 포기했었다. 단행본으로 지금 다시보니 스토리전개중간중간에 큰 컷으로 넘어가며 대사로 처리하는 부분이 많아 웹툰으로 보았으면 스토리 얼마 진행되지도 않아 다음날로 넘어가야해 감질났을것 같다.
단행본으로 보는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다.
내용도 훌륭하다. 외모때문에 자신을 못견뎌하여 자신과 남을 해치려하는 병을 일으키는 "외모바이러스"라니, 참신한 아이디어 아닌가?
외모가 못 난 사람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편견, 심지어는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에 대해 가진 편견도 보여준다. 물론, 외모가 잘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은 시기와 질투심이 섞인 것이지만, 외모가 못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은 폭력수준이다.
외모가 예쁘지 않은 여자가 공부도 잘하면, "독한년, 하긴 공부 밖에 할 게 없지."라고 하고, 외모가 예쁘지 않은 여자가 공부도 못하면, "그래, 니가 잘난게 뭐있어. 낙오자, 병신."
외모가 잘생긴 남자나 여자에 대해서도 편견이 존재하는데, 남자와 여자 공통인것은 "쟤네들은 지들만 잘 난 줄 알아."라고 자만심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또는 "머리에 든 것이 없어.", "돈만 밝혀.", "바람둥이야."등이다.
결국 외모가 잘나거나 못나서 남보다 튀게 되면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것인데, 그래도 외모가 못난 사람보다는 잘난 사람에게 가해지는 편견이 좀 더 심하고, 참기 어렵다.
그렇다면 외모바이러스는 외모지상주의에 물든 사람들이 걸려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 반대로, 외모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외모바이러스에 걸린다. 그리고 찾아와 치료하는 삼봉이발소의 주인. 김삼봉.
그는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들을 차별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치료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오히려 외모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모질게 몰아부치며 그들을 치료한다. 세상이 외모만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세상이 싫다고 앉아 있지만 말고, 신세만 한탄하지 말고, 자기자신부터 바꾸라고 말한다.
내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나를 먼저 바꿈으로써 시작된다.
작가가 글의 스토리와 관계있는 글을 조금씩 그림 중간에 삽입해 두었는데, 그 대사들이 가슴을 찌른다. 시인이 쓰는 시가 독자의 마음속에 "형상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데, 그 단점을 메우기위해 "시화"란 형식이 도입되었지만, 다수에게는 외면당했다고 나는 본다. 그런데, 그런 단점을 훌륭히 메꿀 수 있는게 만화가 아닌가한다. 만화속에 등장하는 시가 대중들에게는 훨씬 더 이해가 쉽고 마음에 와 닿는다는 점에서, 앞으로 시와 만화가 훌륭히 접목될 것이라고 본다.
하나만 소개하자. 삼봉이가 외모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할때마다 자신도 상처를 입는 것을 보는 장미는 언젠가는 삼봉이가 죽거나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게 된다. 하루하루 이발소를 들릴때마다 그가 떠나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삼봉이발소길을 오르는 장미의 모습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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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멀어져가는 경험,
해 본 적 있나요?
늘 붙어다니던 동네친구가 이사를 가거나,
정이 들자 떠나가는 교생선생님...
늘 그곳에서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실 것 같은 할머니도
어느 순간엔 내 곁을 떠나갑니다.
한용운 시인이 "우리는 만날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고 했듯
이별은 만남의 숙명인듯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이별이
나는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