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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 마틴과 메미를 위하여 본문

감상_평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 마틴과 메미를 위하여

flogsta 2009. 9. 12. 21:08
냉정과 열정사이(ROSSO)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에쿠니 가오리 (소담출판사,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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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BLUE)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츠지 히토나리 (소담출판사,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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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1950 / 일본)
출연 모리 마사유키, 쿄 마치코, 미후네 도시로, 카토 다이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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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Blue와 Rosso를 읽다.  

1.
특이한 구성의 책이다. 두 권의 책이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한 권은 남자 주인공의 관점에서, 다른 하나는 여자 주인공의 관점에서 서술한다. 영화 라쇼몽을 연상시키는 구조이다.

우리는 매일의 생활을 나의 관점에서 생활한다. 내가 주인공인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단역, 또는 엑스트라에게도 인생은 있다. 그의 인생에는 그가 주인공이다. 내 입장에서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그의 입장에서는 볼 수 있는 것이다.

가끔씩은 궁금하지 않은가? 내게는 이런 의미를 가지는 일이, 상대방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흥미로운 주제이다.
내게는 두 권중에서 아무래도 남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Blue편이 좀 더 이해가 쉽다. 10년전에 사랑하던 사람을 잊지 못해서 그사람과 10년후 만나자던 약속을 지키려한다는 것도 왠지 남자에게 더 현실성이 있을것 같고....

여자들도 그럴까?


2.
어느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마리의 수컷 공작새가 아주 어려서부터 코끼리거북과 철망담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주고 받는 언어가 다르고 몸집과 생김새들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어느덧 수공작새는 다 자라 짝짓기를 할 만큼 되었다.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 멋진 날개를 펼쳐 보여야만 하는데 이 공작새는 암컷 앞에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엉뚱하게도 코끼리거북 앞에서 그 우아한 날갯짓을 했다.
이 수공작 새는 한평생 코끼리거북을 상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다......

- 박시룡, <동물의 행동>중에서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에서도 인용되는 저 이야기가 생각났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의 주인공 아오이와 쥰세이에게 감정이입을 하였을 것이다. 운명적인 사랑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거라며, 결국 원래 사랑하던 사람에게로 돌아간 주인공을 보고 안도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주인공들이 헤어져있던 10년의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내고 사랑하였던 -- 이 사랑은 사랑이 아닌가? -- 마틴과 메미의 심정을 생각해본다.

그들은 쥰세이와 아오이를 진심으로 사랑하였으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었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자기들의 추억과 감정만을 소중히 하였으며, 그것을 함께 있는 파트너들과 공유하지 않았다. 이해해주지 못할거라 생각하며 숨기고만 있었다.

그리고는 아오이의 서른살 생일날, 그들이 십년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려 8년동안 함께 지냈던 사람들을 매몰차게 버리고 떠난다.
참 너무들 한다 싶다.

그 동물원에 암컷 공작새가 있었다.
암컷 공작새는 수컷 공작새가 자신에게 멋진 날개를 펼쳐보이며 사랑을 고백하리라 기대했지만 수컷 공작새는 코끼리거북에게만 날개짓을 하고 있다.
암컷 공작새는 수컷 공작새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했지만, 코끼리 거북을 향해 단단하게 돌아서 있는 마음만을 확인하고 좌절한다.
언젠가는 그도 나의 마음을 알아주겠지. 암컷 공작새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언제까지나 기다리면서.....




3.

피렌체의 두오모성당. 아오이와 쥰세이는 이곳에서 10년후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지킨다.
성당 꼭대기에 나 있는 좁은 전망대에 올라서면 피렌체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장관이라고 한다.
나의 아오이와 함께 한번 꼭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