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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_평

Six Feet Under 보다

flogsta 2009. 8. 24. 10:28
그동안 늘 바빴던 여름이지만, 이번 여름은 뜻하지 않게도, 할 일이 모두 없어지는 바람에 시간이 갑자기 많아졌다. 술이라도 마실 수 있으면 사람들 모아서 또는 찾아다니면서 놀겠지만 몸이 좋지 않은 관계로 그럴수도 없고. 결국 찾은 방법은 미국드라마를 보는 것이었다.

유명하다는 24시를 먼저 보았는데, 과연 명불허전. 다음편을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는 중독성 최강의 드라마였다. 1시즌 마지막 즈음에 주인공이 악당들을 처치하는 과정이 너무 쉽게 처리되어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나는 24편을 하루에 몰아서 다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 것이고, 24주동안 천천히 진행되는 것을 보는 미국내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제작한 것이라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이해는 한다.

24시 2시즌을 보려고 구해 놓았지만, 그 강력한 중독성이 두려워서 아직 보지 못하고 있다. ㅜㅜ 겨울방학때나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다음에 선택한 미드는 Six Feet Under이다. 제목을 우리말로 하면 "6피트 아래"정도가 될텐데, 시신을 관에 담아 땅에 묻을때의 깊이라고 한다.

에미상, 골든 글로브상등 많은 상들을 받았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 드라마에 대해서 평이 좋다. 부족한 나의 필력에 의지하기 보다는 다른 분들의 블로그에도 이 드라마에 대한 칭찬이 많이 있으니 검색하여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느낀 점만 몇가지 써 보려한다.

1. 그동안 생각해왔던 미국인들의 삶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실제 모습은 저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일단, F__king 이란 단어가 굉장히 많이 나온다. 그리고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고등학생)들이 술, 담배 뿐만 아니라 마약까지 하는 장면들이 매우 많다. 특히 마리화나(대마초)는 아줌마들이 모여 잡담하다가 여흥삼아 피워볼 정도로 흔하게 피운다.. 그동안 정제된(?) 드라마만 보아왔던 나는, 미국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모습은 다 이렇지 않을까하는 의심(?)이 든다.

2. 노출 수위가 높다. 키스장면이나 폭행정도의 장면은 10살정도만 되어도 볼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이 드라마는 절대로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보여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1화에서 게이들의 키스씬은 충격적이었다! 회를 거듭하면서 무감각해지긴 했지만.... 그리고 한 에피소드당 한 번은 꼭 정사신이 나오는 것 같다. 정사신뿐만 아니라, 시신의 모습이라던지, 끔찍한 죽음의 묘사등,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버거운 장면이 많다.

3. 각 에피소드의 제목을 음미하게 한다. 한 에피소드의 주된 이야기에 해당하는 내용을 언급하는 역할만을 하는 다른 드라마들 (특히나 24같은 경우는 몇시부터 몇시까지라는 숫자밖에 안 나오지만)의 제목과는 달리, Six Feet Under에서의 제목은 해당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대사일뿐 아니라 에피소드 전체에 걸친 주제를 암시하는 메타포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에피소드마다 붙어있는 제목을 먼저 보고, 그 제목의 의미가 각 에피소드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4. 이 드라마에서 최악의 커플은 브랜다-네이트 커플이라고 생각한다. 내 친구중에 키도 크고 잘 생기고, 학벌이니 다른 조건들도 좋아서 소위 "킹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여자를 사귀면 오래 못 간다. 바람끼가 있거나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귈때는 한 없이 잘 해주다가, 여자 쪽에서도 마음을 열고 "본격적으로" 사귈 단계가 가까와지면 이 친구는 슬그머니 발을 빼고 다른 여자를 사귀는 것이다. 브랜다와 네이트 둘 다 이 친구처럼 행동한다. 브랜다는 네이트와 결혼하기 직전에 (마음이 불안해져서) 다른 남자들과 바람을 피운다. 하지만 더 나쁜것은 네이트인데, 리사와 결혼한 뒤에 브랜다와 바람을 피우고, 브랜다와 결혼한 뒤에도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 그러다 결국 복상사(?)한다.

5. 최고의 커플은 키이스-데이빗 커플이라고 생각한다. 미디엄의 알리슨-조 커플만큼이나 완벽한(!) 커플은 아니다. 이 드라마에서 그나마 제일 나은 커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둘은 게이이다. 이 드라마속에서 그나마 제일 성실한 가족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커플이 게이커플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6. 삶과 죽음. 슬픔과 기쁨. 마지막 5시즌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고 나면 가슴이 찡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는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것은, 죽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슬픔과 기쁨이란 무엇인가. 작은 일에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기 보다는 인생을 즐기며 도전하며 사는 것, 인생의 의미란 그런게 아닌가 생각하게 해 준다.

* 바네사는 자신이 직장을 간 사이에 아이들을 돌봐주고 집안일을 대신 하도록 캐나다 사람을 고용한다. 그런데 어느날 직장에서 돌아와보니 이 캐나다인이 거리의 노숙자를 집에 데려와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것을 본 바네사가 말한다.
"여기는 캐나다가 아니예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컬럼바인"을 생각나게 하는 대사이다.

이 드라마의 공식홈페이지에는 각 주인공의 부고기사를 가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번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듯.
http://www.hbo.com/sixfeetunder/obituary/episode63.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