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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더라면" 읽다 본문

감상_평

"살았더라면" 읽다

flogsta 2009. 9. 4. 21:34
살았더라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티에리 코엔 (밝은세상,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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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주신 책 잘 읽었어요. 흥미진진한 내용이 빠르게 전개되어서, 주신 그날 앉은 채로 한숨에 다 읽었어요. 그런데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이제야 몇 자 적을 생각이 나네요.

다 읽고 나서 든 첫 느낌은, 전에 추천해 주신 영화 "클릭"하고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거였어요. 둘 다 시간여행을 다룬 거지요. 현재의 자기 모습에 불만을 가진 남자가 중간 단계를 건너뛰면서 점점 미래로 가는거죠. 그러다 미래의 마지막 모습에서 비로소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할때 꿈에서 깬 것처럼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구조가 똑 같아요.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점에서도 두 주인공은 많이 닮았네요. "클릭"의 주인공인 마이클은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일에서도 성공해야한다는 생각때문에 가족을 잠시 소홀히 하게 되지요. 그래서 원하던 승진을 하고 회사의 CEO가 되어 경영도 하게 되지만, 정작 자기가 사랑했던 가족들은 모두 자기를 떠났다는 것을 알고나서야 일때문에 가족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합니다.

"살았더라면"의 제레미는 부모님을 사랑하고, 여인 빅토리아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지요. 그리고 자신은 한번도 본 기억이 없지만, 아들들을 아끼고 보살피려고 하는 자상한 마음이 있는 사람이에요. 사랑하는 여인과 아이들이 다칠까봐 자신을 희생하려는 갸륵한 마음도 가지고 있고요.

하지만 "살았더라면"은 "클릭"과는 뚜렷이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요, 저는 이 책의 부제를 "상심하여 자살하려는 청년들에게"라고 붙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야기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종교적인 메시지를 뚜렷이 던져주고 있네요. 책속에 나오는 랍비 아브라함 크리코비치의 말을 인용해볼께요.

형제님은 2001년 5월 8일에 죽었습니다. 또한 스스로 저지른 잘못을 깨닫는 그 하루가 끝날때에도 죽었지요.
삶은 우리네 인간으로서는 그 가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풍요로운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지지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보는 셈입니다. 얼마나 많은 길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할 수 있는지! 그러하기에 스스로를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최악의 선택은.....우리네 인간은 그 길로 빠져들기 쉽지요....선택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것, 살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중략)
삶을 포기하면서 형제님은 지옥을 선택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지옥이니까요. 그렇게 해서 신께서는 형제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분명히 보여주셨습니다. 잘못을 깨닫고도 고치지 않자 형제님 안에서 불길이 일어 형제님을 소진시켜버렸지요. 그게 바로 지옥이 아닐까요, 제레미 형제님....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도 고치지 않는것, 아니 고치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옥이 아닐까요? 유황불에 불타는 지옥 보다는 이쪽이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 같네요.

악인들을 모두 잡아서 불타는 유황불에 던져넣으면, 그들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회개할까요? 진짜 악인은 자신을 선한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악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은 유황불이 타는 지옥불에서도 자신이 왜 그런 고통을 당하는지를 이해 못하고, 자신은 억울하게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거에요. 진정 고통스러운 것은 불타는 몸이 아니라 불타는 마음인거죠.

자신이 얼마나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깨닫고도 돌이킬 수 없는 것. 그것이 진정 지옥이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는 "천국이 너희 안에 있다"고 하신 말씀과 같이 "지옥도 우리 안에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을 나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은 천국을 이땅위에서 체험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지옥을 이땅위에서 피하기 위함도 아닐까요.

주제 넘은 이야기를 많이 했네요. 선물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건강하시고,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