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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ジョゼと虎と魚たち, 2003) 본문

감상_평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ジョゼと虎と魚たち, 2003)

flogsta 2009. 10. 5. 12:58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감독 이누도 잇신 (2003 / 일본)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우에노 주리, 아라이 히로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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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네, 알아요.” 조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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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소와즈 사강 <1년 뒤> 중에서

여자 주인공이 장애인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장애인 "문제"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만남과 이별은 인간에게는 필연적임을, 그래서 언젠가 닥치게 되는 이별에 대해 "쿨하게" 받아들이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여자 주인공이 장애인인것은 둘의 만남이 언젠가는 헤어질 운명임을 여자가 예감하게 되는 장치로서 사용한것이 아닌가한다.

영화 후반부 여자 주인공의 독백에서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필연적으로 헤어질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가를 보여준다.

뭐가 보여?
아무것도..깜깜해!
그곳이 옛날에 내가 있었던 곳이야
어디가?
깊고 깊은 바다 밑바닥...
난 그곳에서 헤엄쳐 올라온 거야
뭐 때문에?
자기랑 이 세상에서 제일 야한 짓을 하려고!
그렇구나...
죠제는 해저에서 살고 있었구나!
그곳에는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아
너무도 고요해..
외롭겠다!
그다지 외롭지는 않아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단지 아주 천천히...시간이 흘러갈 뿐이지
난 두번 다시 그곳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지
언젠가 자기가 없어지게 되면...
미아가 된 조개껍데기처럼...
혼자서 바다 밑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게 되겠지
하지만...그것도 괜찮아!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더나도 언젠가 이별을 하는 때가 있는 법. 부모와 자식간이 그렇고, 부부간에도 그렇다. (서로 사랑하는 부부는 한날 한시에 죽는 것을 소망한다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수 있는 커플이 몇이나 있을까?)

위의 대사가 나오는 장면 다음, 곧바로 화면은 몇개월 뒤 두 사람이 헤어지는 날 아침을 보여준다. 여자 주인공은 이별선물이라며 책을 한권 주고, 남자 주인공은 씩 웃으며 받아들고서는 집을 나온다. 이전에 사귀었지만 이제는 친구가 된 옛날애인을 만나 함께 걸어오면서도 오늘 아침에 이별을 한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쿨하다" 싶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물을 왈칵 쏟고는 난간을 부여잡고 목놓아 운다.

반면 여자주인공은 그의 말대로, 혼자서 묵묵히 지낸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시장을 보고, 혼자서 음식을 요리해 먹고, 언제나처럼 "쿵"하고 바닥으로 떨어져서 기어가면서.

모든게 다 그렇다. 고독과 고독 사이에는 지나간 세월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을뿐, 헤어짐을 막을 수는 없다.


p.s.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내 등장인물들이 한국 영화의 배우들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카나에(남자주인공의 옛날애인)역으로 나오는 우에노 주리(上野樹里 , Juri Ueno )는 하지원을 닮지 않았나? 특히 그 웃음이...

남자주인공 역에 츠마부키 사토시는 고주원하고 원빈을 섞어 놓은 듯하고



여자 주인공인 이케와키 치즈루는 정려원을 닮은 것 같은데.... 그냥 내 생각일 뿐. ㅋㅋ


이케와키 치즈루는  영화 내내 웃는 모습 없이 굳은 표정이었지만 충분히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고기를 굽고 있던 무덤덤한 표정은 위에서 언급한 마지막 독백중에서 "그래도 괜찮아"라는 대사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