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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_평

[말할 수 없는 비밀] 보다

flogsta 2009. 12. 1. 14:53
말할 수 없는 비밀
감독 주걸륜 (2007 / 대만)
출연 주걸륜, 계륜미, 황추생, 증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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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큰 줄기로 보아서는 하이틴 로맨스이다. 하지만 시간여행을 다루고 있어서 SF의 요소도 있고, 곳곳에서 들을 수 있는 훌륭한 피아노 연주곡들로 인해 음악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남녀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닭살돋는 연애 행각을 흐뭇하게 보는 것도 재미있고, 여자주인공 류샤오위의 정체를 추리해보는 재미, 음악을 감상하는 재미등등이 곳곳에 있으므로,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학교 선배와의 피아노 배틀장면을 비롯하여 주인공 주걸륜의 피아노 실력은 감탄할 만한데, 주걸륜이라는 이 배우는 이 영화의 주연, 감독까지 했을 뿐 아니라 피아노 연주까지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했다고 하니 정말 놀랍다.
주걸륜 (周杰倫, Jay Chou) / 중국 · 홍콩배우,중국 · 홍콩가수
출생 1979년 1월 18일
신체
팬카페 周杰倫&娘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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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피아노 치는 모습은 몇번을 감탄해도 부족할만큼 부러운데, 류사오위와 함께 연탄곡을 연주할때는 (그것도 손을 엇갈리게 놓고서) 20년도 이전에 우리 엄마가 피아노학원을 운영하시면서 아들인 내게 겸사겸사 피아노를 배우라고 몇번이고 권하셨을때 피아노 같은건 남자가 할 게 아니라고 고집 피웠던 내 과거가 잠시 원망스러웠다. ㅋ


하지만 영화 보는 내내 한 인물이 생각나서 감정 이입에 조금 애를 먹었는데, 그 사람은 바로,

이 사람이다. ㅋㅋ


시간여행이라는 소재가 들어가 있어서인지 다소 논리적인 구멍은 있다. (예를 들어, 여자 주인공인 류샤오위는 주걸륜 외에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다고 설정되어 있는데, 피아노배틀 직전에 옆에 있는 칭요에게 말을 걸고, 칭요는 대답을 해 주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사소한 몇 장면 외에는 나름 구성이 치밀하고 끝맺음도 산뜻하다.


p.s. 2009.12.16 두번째로 보고나니, 처음 예로 들었던 "논리적 구멍"이 구멍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미래로 갔을때 자신이 처음 본 사람만이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피아노배틀이 있기 직전, 주걸륜의 자리에 있었던 것이 칭요였기 때문에, 류샤오위가 눈을 떠서 처음 본 사람은 칭요였고, 따라서 피아노배틀시에 칭요와 류샤오위가 서로 이야기 나누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피아노배틀을 하는 도중에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칭요를 주걸륜이 쳐다보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다른 구멍을 발견했다. 어떤 분은 마지막 장면에서 주걸륜이 과거로 돌아갔을때가 류샤오위가 주걸륜을 아직 만나지 않아 서로 알지 못할때로 돌아간 거라고 하면서, 더 빨리 연주하면 더 먼 과거로 갈 수 있다고 분석하셨던데, 거기에 구멍이 있는 것 같다. 악보에 쓰여진 글귀에 의하면

악보를 따라 여행하라
처음 시선에 들어온 자가 자신의 운명이 되리라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고자 할 때는
빠른 속도로 연주해야한다.

이렇게 되어있다. 즉,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자가 빠르게 연주할 때 과거로 돌아오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주걸륜은 미래로 여행을 한 자가 아니다. 류샤오위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에서 피아노를 치면 미래로 가게 된 것처럼, 주걸륜도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에서 피아노를 치면 미래로 가게 된다. 그러니, 류샤오위가 미래로 왔다가 과거로 돌아갈 때 피아노를 더 빨리 치면 더 먼 과거로 가게 된다면, 주걸륜이 지금 현재 피아노를 더 빨리 치면 더 먼 미래로 가야되는게 맞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