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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d(life)
"촘스키, 세상의 권력을 말하다" 읽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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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시피, 촘스키는 변형생성문법의 선구자이다. 대학 다닐때 이름은 많이 듣고, 변형생성문법강의도 들은 것 같긴한데,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요즘 촘스키는 신자유주의 질서와 미국의 패권주의 등에 비판하는 양심적 지식인으로 더 유명하다.
미국의 911 테러 사건 직후
"미국 정부가 원인 제공을 했으므로 테러의 근본적인 책임은 미국에 있고, 만약 미국정부가 국제법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테러 응징을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이야말로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희생시키려는 테러집단이다."이라고 발언함으로써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의 말은 지금 제3자인 우리가 보면 맞는 말이긴 하지만 911테러 직후의 미국인들은 엄청난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고, 거기서 "보복", "복수"가 아닌 미국의 책임을 묻는 저런 취지의 발언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용기보다 그런 발언을 할 수도 있도록 해주는 미국사회의 분위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저런 상황이 벌어졌다고 상상해보자. 예를 들어, 63빌딩에 항공기가 충돌해서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수천명 사망했다면, 그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는 상황이라면, 그래서 온 국민이 보복공격을 외치는 상황에서 저런 발언을 할 용기를 가진 사람이 있을까? 무엇보다도, 그런 발언을 한 사람을 정부에서, 각종 단체에서, 언론에서 가만히 놔둘까? 아니, 무엇보다 일반인인 우리가 그런 사람을 용인할 수 있는가?
위의 책의 내용 자체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신자유주의의 문제점과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은 촘스키를 통하지 않더라도 많은 통로를 통해서 듣고 알고 있는 것이니까. 더욱이, 이 책은 한 언론인과 촘스키와의 인터뷰 내용을 기록한 것인데, 날짜가 1992~1993년이다. 그래서 지금의 국제상황과 맞지 않는 내용도 가끔 있고, 특히 한국에 대한 내용은 IMF사태 이후의 내용이 들어있지 않아서 더욱 낯설다.
예를 들어,
한국의 노동자들은 동맹파업자들을 상시 대체인력으로 대신할 수 있는 권한을 민간 기업에 인정하려는 흐름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 흐름이 대세이더라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 노동자들의 입장입니다. 그들의 주장이 맞습니다. 그런 흐름은 국제노동기준을 위배하는 것이니까요. (1권99쪽)는 말은 지금은 한국에서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하철이나 철도같은 곳에서도 파업시 대체 인력을 투입한 것이 꽤 오래되었고, 요즘은 파업자체를 막아버리니까.
또,
1980년대에 라틴 아메리카는 국제 자본시장에 공개되면서 자본 유출이라는 엄청난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문제를 겪지 않았습니다. 자본 유출을 사형으로 다스렸으니까요. 분별력있는 경제 기획으로 한국은 자원을 분배하는 수단으로 시장 시스템을 활용했습니다. 그것도 엄격이 계획된 중앙 정부의 지도 아래 말입니다.(2권30쪽)신자유주의 시장 경제를 비판하면서 중앙정부의 엄격한 개입을 지지하는 문맥에서 언급된 말인데. 자본유출을 사형으로 다스렸다는 것은 처음 들어보았다.
내 자리에 이 책이 놓여 있는 것을 본 어떤 분이 내게 말했다.
"촘스키는 자기가 만든 변형 생성문법이론이 많은 이들에게 공격을 받자 (그쪽은 포기하고) 신자유주의 관련 비판에만 열중한다는 비판이 있더군요."[괄호속의 말은 내가 집어넣은 표현이다.]
그래서 촘스키 공식 홈페이지에 가 보았다. 그의 저술 및 저서가 나와있었다.
Article이란 항목에는 학술논문 뿐만 아니라 잡지 기고문등이 뒤섞여 있었는데, 언어학 관련 저술은 1967년이 마지막이었고 그 뒤는 정치 관련 저술만이 있었다.
이것을 보고 든 생각은 두 가지이다.
1. 천재적 이론을 만드는 것은 30대가 상한인 것 같다. 그 이후는 자신이 만들어낸 이론으로 먹고 사는 것이다. 촘스키도 예외는 아니다.
2. 어떤 이론을 자신이 만들어 내었다고 해서, 평생 그 이론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자신의 이론을 검증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후학들이 해도 되는 일이다.
하지만, Book 항목을 들어가 보니, 내가 잠시나마 촘스키를 잘못 판단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1964년 이후, 거의 매년 한 권의 비율로 책을 출판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물론 정치 관련 서적도 있었지만, 언어학관련 서적도 많다.
물론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 언어학 관련 책보다는 정치 관련 책이 더 많긴 하다. 하지만, 촘스키가 1928년생인것을 생각해보면 1998년에 나이가 벌써 70이다.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언어학 관련 서적중에서 가장 최근의 것이 2000년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p.s. 사실 생각해보면, 1961년에 33세의 나이로 MIT의 언어학 교수가 되었는데 그 후 50년 가까이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언어학 관련 논문을 1967년까지만 발표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 아닌가! 공식홈페이지에 올라온 것은 교수로서의 학술논문은 빠진 것일 것이라는 추측이 강하게 든다.
p.p.s. 2009년에 출판된책(Of Minds and Language)도 있긴 하지만, 저자는 촘스키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다. 촘스키와 저자의 대담을 책으로 정리한 것이라, 본격 언어학 관련 저작으로는 보기 어려울 듯하다.
p.p.p.s. 촘스키의 책 `정복은 계속된다(1996년)'와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2000년)' 을 불온서적으로 분류한 국방부의 처사에 대해 촘스키는 국방부를 `자유.민주주의에 반대하는 국방부'(Ministry of Defense against Freedom and Democracy)'로 개명해야할 것 같다." 라고 비판했다.
한국시사IN에서 촘스키와 인터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