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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_평

[대멸종] 읽다

flogsta 2009. 11. 19. 12:09

대멸종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마이클 J. 벤턴 (뿌리와이파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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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아서는 공룡의 멸종을 다룬 것 같지만, 실제로는 페름기의 대멸종을 주로 다룬 책이다. 지구의 역사에는 수십건의 멸종이 있었는데, 공룡의 멸종을 포함한 큰 규모의 멸종이 다섯번이 있었고, 그 중에 페름기말의 멸종이 가장 크다고 한다.
공룡의 멸종에 해당하는 백악기말의 멸종은 50%정도의 생명체가 멸종했다고 보는데, 페름기말의 멸종은 90%이상의 생명체가 멸종한, 그야말로 지구 생명체 최대의 위기였던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략 7천만년 전에 일어난 공룡의 멸종에 대해서도 운석충돌, 지구온난화, 화산폭발등 여러 가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어느 것이 맞다고 확실하게 증명해주는 증거를 찾기가 어려운데, 그보다 1억년도 더 이전에 있었던 페름기의 멸종은 더욱더 원인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 책에서도 결정적 원인 하나를 확실히 밝히기보다는, 2억5000만년전 유럽의 크기 만큼이나 넓은 지역을 용암으로 덮었던 시베리아의 화산활동, 지구온난화, 무산소화, 극지방에서 기체를 담고 있던 물분자고체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발하여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기중에 방출된것등  여러 요인의 결합된 결과로 대멸종이 일어났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그럴듯한 가설이라고 말한다.

길고 어렵게 대멸종의 원인을 탐구한 것치고는 맥빠지는 결론이지만, 이 책의 첫머리에서 다루고 있는 격변론과 동일과정론의 대립을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도 있다.
과거 18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우주선이나 태양흑점, 운석충돌따위의 이유로 대멸종이 급격하게 일어났다고 말하는 격변론은 사이비과학자나 점성술사로 취급받았고, 멸종이 점진적으로 (500만년에서 1000만년이상) 서서히 일어났으며, 해수면의 변화나 기후변동처럼 지구를 기반으로 서서히 작용하는 과정에서 설명의 실마리를 찾는 멸종반대자들이 분별있고 사려깊은 과학자로 대우 받았다.
즉, 생명체가 급격하게 멸종했다는 격변론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30년도 안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애매한 결론일지 몰라도,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을 의심한다는 과학의 원리에 철저히 입각한 결론인 것이다. 물론, 자신의 신념에 따라 내린 나름대로의 결론을 믿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에게 그렇게 할 것을 기대하지는 말라.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가 올 수도 있다.


책을 읽고 나서 감상을 쓰기 전에, 다른 사람들은 이 책에 대해서 뭐라고 썼는지 검색해보는 버릇이 들었는데, 이 책에 대해 검색하다가 도서 소개를 전문으로 하는 블로그를 발견했다.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다"는 제목의 블로그인데, 제목부터 아주 멋지지 않은가? 한번 들러서 읽어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