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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옛 차를 보내고, 새 차를 받다.

flogsta 2009. 7. 21. 11:50
98년 12월이었다. 새 차를 산 것은. 하지만 면허를 딴 것은 99년이었다. 대학을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친구들이 하나 둘씩 차를 사고, 몰고 다녀도 자동차를 소유하거나 운전하게 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  이유는 뭐랄까, 귀찮음?
그러던 내가, 결혼을 하고, 99년 6월에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었기에, 아내의 부탁으로 운전을 배우고, 결국 차를 구입하게 된다. 그 차가 바로 아토스이다.

(사진이 없다. 집사람과 아이는 많이 찍어주었지만 차는 찍어본 적이 없나보다.)

10년 동안 잘 타고 다녔다. 몇 년전부터는 경차유류세 환급의 혜택까지 누리고, 좁은 곳도 쉽게 주차하고. 참 타기 편한 차였다.

아이가 열이 나거나 밤에 더워서 잠을 못자면 한밤중에도 일어나 차에 태우고 드라이브를 했다. 신기하게도 집에서는 잠을 못 자던 녀석이 차만 타면 스스르 눈을 감는 것이다.  그래서 밤중에 많이 돌아다녔다. 방배동 살때는 예술의 전당이 있는 우면산길을, 수유리에 살때는 북한산길을......

장거리도 문제 없었다. 부산까지 몇 번 갔다 왔고, 휴가때 산으로, 바다로, 들로 많이 다녔다. 그 10년동안 아이는 훌쩍 커서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고, 큰 병 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처음으로 외국에 여행을 갈때, 인천공항까지 타고 갔었고, 귀국하여 다시 타게 될때 반가웠던 기억. 포항 가는 길에 갑자기 연기가 나서 큰 일인 줄 알고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웠던 기억. 고속도로를 빠져나올때까지 견인차를 타고 왔던 기억. 국도를 가다가 연료가 다 떨어져 가는데 주유소가 안나와서 애태우다가 결국 길 한가운데 서 버렸던 기억.

많고 많은 기억들이 있다. 이 차와 함께 나의 30대의 많은 추억들이 시작되고 끝났다. 많은 추억들을 뒤로하고 옛차를 보내고 이제 40대를 시작하며 새 차를 맞이한다.

잘가라. 그동안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