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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d(life)
솔라리스(1972) 보다 본문
(왼쪽위는 원작 소설의 표지이다)
폴란드의 SF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이 1961년 발표한 "솔라리스"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영화로 만들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영화는 본 적은 없지만 길고 지루하다는 악명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렘의 소설을 이미 읽어보았으니, 그 유명하다는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이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을까 궁금해져서 보았다.
그런데.... 정말 지루하다.
러닝타임이 2시간 40분 정도인데, 정작 소설의 시작에 해당하는 주인공 캘빈박사가 솔라리스 행성의 스테이션에 도착하는 것은 영화가 3분의 1이 지난 다음이다. 그 전에 지구에 있는 캘빈박사의 고향과 부모님, 주변 자연의 풍경등을 (쓸데없이!) 보여주는데 시간을 많이 소비한다. 물론, 소설속에는 보고서속의 인물로만 그려졌던 조종사 버튼이 캘빈의 집에 찾아와서 자신의 증언 내용을 기록한 영상물을 틀어주는 것처럼, 스토리를 영화로 표현하기위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캘빈이 차를 타고 돌아가는 장면은 왜 그리 길게 보여주는 것인가. 배경은 일본의 어느곳인것 같은데, 차 타고 가는 모습만 계속 비춰준다. 실제 시간은 5분이었지만, 그 동안 두 번은 졸았다.
어느 영화 정보 사이트에서는 "의심할 수 없는 역사상 최고의 SF 영화"라고 평을 해 놓았던데,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스탠리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대한 응답으로 만들었다는 설도 있던데, SF라는 흉내라도 좀 내야하지 않을지. 솔라리스 행성의 "바다"에 대한 원작 소설 속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많은 묘사들을 그대로 표현하지는 못하더라도, 뭔가 좀 보여줘야하는 것 아닌지. 인간의 지성과 과학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하는 SF라고 우기만 하면 SF가 되는 것인지. SF가 "영화"가 되기 위해선 넘어서야할 기술의 장벽이 높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까지는 참고 봐 줄 수 있지만, 이건 "SF영화"로 부르기엔 힘들다. 그냥 "영화"다.
마지막 2분을 남겨두고 소설과는 아주 다른 장면을 보여주는데, 누군가가 타르코프스키식 "젠체하기"란 표현을 썼던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뭔가 "있어보이려고 만든 장면"이라 역겹기까지 하다.
소설의 원작자인 스타니스와프 램은 이 영화를 보고 당연하게도(!) 격분했고, 타르코프스키도 원작자 렘의 간섭때문에 제대로 영화를 만들수 없었다고 불평하며 자신이 가장 마음에 안 들어하는 작품으로 이 영화를 지적했다고 하니,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낼 영화가 아닌 것은 분명한 듯하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2002년에 만든 버전도 있는데, 그건 나중에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