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life)
A Lesson Before Dying 읽다 본문
딱딱한 글만 읽다보니까 재미가 없어서, 소설을 읽어보려고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별 생각 없이 샀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들도 많이 진열되어있었지만, 저번에 "The Fifth Mountain"을 읽었고, "연금술사"는 번역본으로 읽었기에 왠지 편식을 하는 것 같아서 다른 작가의 작품을 고르다보니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책 뒤표지에 나와 있는 내용만 대충 요약하면, 1940년대 남부의 어느 농장지대에 흑인3명이 백인 1명을 쏘아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실은 흑인 2명이 범행을 저질렀고, 흑인 1명(Jefferson)은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따라온 것인데, 2명은 총격으로 죽고, Jefferson은 총격와중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도망치지 못하고 있다가 체포당한다.
배심원들의 평결은 전기의자를 이용한 사형. Jefferson의 가족들은 저지르지 않은 죄명을 쓰고 죽게 되었다는 억울함보다는, 변호를 맡은 변호사가 배심원들에게 한 말때문에 더욱 상처받는다.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Gentlemen of the jury, look at this—this—this boy. I almost said man, but I can't say man. Oh, sure, he has reached the age of twenty-one, when we, civilized men, consider the male species has reached manhood, but would you call this—this—this a man? No, not I. I would call it a boy and a fool. A fool is not aware of right and wrong. A fool does what others tell him to do. A fool got into that automobile. A man with a modicum of intelligence would have seen that those racketeers meant no good. But not a fool. A fool got into that automobile. A fool rode to the grocery store. A fool stood by and watched this happen, not having the sense to run.
"Gentlemen of the jury, look at him—look at him—look at this. Do you see a man sitting here? Do you see a man sitting here? I ask you, I implore, look carefully—do you see a man sitting here? Look at the shape of this skull, this face as flat as the palm of my hand—look deeply into those eyes. Do you see a modicum of intelligence? Do you see anyone here who could plan a murder, a robbery, can plan—can plan—can plan anything? A cornered animal to strike quickly out of fear, a trait inherited from his ancestors in the deepest jungle of blackest Africa—yes, yes, that he can do—but to plan? To plan, gentlemen of the jury? No, gentlemen, this skull here holds no plans. What you see here is a thing that acts on command. "
간단히 요약해서 말하자면, “여기 있는 피고는 그런 범죄를 계획할만한 지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고 불리기도 가당찮은 짐승일 뿐이다. 그러니 선처해달라.”는 말이다.
가족들은 Grant Wiggins에게, 감옥에 있는 Jefferson을 방문하여 그를 교육시켜 그에게 죽기 전에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찾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Wiggins는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대학을 나온 흑인이며, 지금은 흑인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그는 신과 인간과 흑인과 백인, 모두에게 회의하고 절망하며 희망없이 사는 사람이었는데……
어찌보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구도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에는 백인에게 오랜 세월 멸시와 천대를 받아온 흑인들의 뿌리깊은 한이 서려있어서 묵직한 느낌으로 저려온다.
사형당하리라는 결말은 뻔히 정해져 있는데, 어찌 할 바를 모르는 것은 Jefferson도, Wiggins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 Jefferson과 같은 입장이 아닌가? 태어나서부터 아무 죄를 짓지 않고 살았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언젠가는 죽을 운명인 것을. 우리 앞에 닥칠 죽음이 언제인지 모르고 우리는 매일 살아가고 있다. 죽음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뭔가를 노력한다는 것이 아무 의미없는 일인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고 있다.
무엇을 위해서일까?
나름대로 묵직한 주제를 다루었기에 자세히 살펴볼 가치가 있을 것 같긴하지만, 스토리가 밋밋하게 흘러가고, 등장인물들이 교육받지 못한 흑인들이 대부분이기에 어법에 맞지 않는 흑인영어가 계속 나와서 읽기에 너무 힘들었다. 특히 뒷부분에 Jefferson의 일기가 나오는데, 철자가 발음나는대로 쓰여져 있어 읽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