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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면접관이 되다

flogsta 2007. 3. 31. 11:37

학교에 신임교사를 뽑는 데 면접관 역할을 했다. 과목이 영어니까 영어교사만 보았다. 시강을 먼저 하고, 기타 잡다한 질문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해보니까 이전에 내가 받았던 각종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어떻게 느꼈을지가 실감이 된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충고할 목적으로 써 두는게 좋을듯하다.


1. 경력관리를 잘하라

이력서에 경력부분은 반드시 보게 된다.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까지 보기도 하는데, 그때야 자기 미래와 직업에 대해 별 생각이 없는 사람이 많을테니 이때부터 경력관리하라는건 어렵겠지만, 아무튼 최소한 사고결석만큼은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도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여 다양한 경험들을 해 두는 것이 좋다. 많이들 하는 어학연수나 자원봉사도 좋다. 유학이야 말할것도 없고. 대학 졸업후에도 자신의 직업과 관련한 경험을 해두는 것이 필수다. 예전에는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을 "신선하다"며 뽑는 추세였다면, 지금은 조금이라도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는것이 일 시키기에 여러모로 편하기에 선호한다. 기간제교사라도 경험을 해보는 것이 나중을 위해 좋다. 그리고,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이왕이면 남학교, 여학교, 남녀공학, 중학교, 고등학교, 실업계, 외고등등 다양한 학교를 경험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2. 이력서를 잘 써라.

흔히 취업에 관련하여 많이들 하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한가지를 덧붙이자면, 이력서에는 교직과 관련한 것을 중점적으로 기록하라는 것이다. 여러가지 잡다한 이력이 많이 써 있으면 굉장한 것처럼 보일거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많은 지원자들중에서 이력서만으로 소수를 추리려면 다 읽기엔 벅차고, 귀찮기까지하다. 면접관도 인간인지라, 귀찮은 생각이 들면 부정적으로 보기 쉬워진다. 쓸만한 경력이 거의 없다면 모르겠지만, 교직관련한 핵심적인 경력을 위주로 작성하라. 사소한 것이지만, 이력서에 붙이는 사진도 잘 고르는 것이 좋다. 뽀샵효과를 너무 많이 준것은 피해야겠지만, 자신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사진으로하고, 복장도 정장을 입은 모습으로 촬영하는 것이 좋다. 일부 면접관은 캐주얼 차림의 사진을 붙인 서류는 다 뺀다고도 한다.


3. 필요없는 말은 쓰지 말것

솔직해지기위해 흔히 쓰는 말중에 금기시되는 말이 있다. "제가 잘은 못하지만..." "제가 최고는 아니지만..." 겸손해보일지는 몰라도  면접관입장이 되어보니 그말이 참으로 듣기 싫다. 자신의 가치가 높으니 뽑아달라고 하는 면접에서는 겸손을 잠시 뒤로 미뤄도 된다. 겸손한 모습은 입사하고 난 다음에 보여도 충분하다.


4. 수업방법을 연구하라

이력서까지 통과했다면 시강인데, 요즘은 영어로 수업을 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학생들이 이해할만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해서 설명이 가능한 만큼만 해야한다. 면접관 대부분이 영어는 잘 모르므로, 자신이 영어를 잘한다고 과시용으로 길게 말하지 말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잘 이해하도록 하는 수업방법을 연구해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학교의 이번 모집에서는 이력이 화려한 사람보다, 시강에서 학생들에게 하듯이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일등으로 뽑혔다.

수업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좋은 말들이 있으니까 참고하면 되고, 내 개인적으로는 학생의 역할을 하는 면접관에게 골고루 시선을 주면서 시강을 하는 것이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5. 뻔뻔해져라.

면접관 중에서는 짓궂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 원래 악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런 악역을 맞도록 역할분담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사생활침해같은 질문을 하는 경우는 없으니 안심하고...... 이를테면, 답이 없는 질문을 한다던가. 요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되는 것을 질문한다던가 하는 식이다. 나는 제시문에 있는 영어표현중에서 "왜 하필 이 표현을 사용했을까?"라는 우문을 던졌다. 기대했던 것 만큼 현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정답이 없는 질문을 받았을때, 특히 영어로 대답하라고 했을때, 진정한 영어회화 실력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효과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던진 질문에 대해 내가 기대한 현답은 "I don't know."였다. 최종합격한 또 한명은, 제시된 문제에 대해 자신이 내놓은 답이 틀렸다. 그걸 알고서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오답과 관련된 설명을 친절하게, 그리고 뻔뻔하게(!) 계속해 갔다. 정답을 맞춘 사람은 떨어졌는데, 이 사람은 합격을 했다. 자신있게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발전하려는 의지를 보이면 면접관에게는 오히려 강점으로 어필한다.



6. 지원하는 곳의 정보를 입수하라.

입사가 목표인 예비교사에게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해당학교에 지원하기 전에, 그 학교에 TO는 정교사인지, 기간제인지. 남자를 원하는지, 여자를 원하는지. 젊은 사람을 원하는지 경력자를 원하는지 등등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재단이나 교장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해당 학교의 교사의 구성과 TO가 나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정년퇴직하는 분이 있었고, 해당 과목의 교사들의 나이가 지긋하다면 당연히 젊은 사람을 원할 것이고, 신설학교라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라면 경력자를 우대할 수도 있을것이다. 남자학교라면 교직 경력없는 여자 예비교사는 피하려고 할 것이고, 여자학교라면 미혼의 남자 예비교사를 피하려고 할 것이다. 해당학교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퇴근 30분 정도 남겨놓고 전화를 해서 자신의 과목 담당 교사와  대화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감이나 교무부장보다는 일반 교사가 학교 분위기를 솔직하게 전해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퇴근 30분 전이면 업무도 대충 끝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방학이라면 한 4시정도? 전화하기도 겁난다면 해당 학교의 자유게시판이라도 훑어보면서 학교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참고로, 우리 학교는 교감, 교장 선생님이 공부를 시키기 위해서 강하게 이끄는 스타일이라, 부드러운 느낌을 풍기는 남자보다는, 카리스마 있게 학생들을 이끄는 능력이 있어 보이는 여자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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