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life)
"식객" 보다 본문
원작 만화를 영화로 만든 작품을 어제에 이어 연이어 두 편이나 보게 되었다. ^^
줄거리는 원작 만화에서 크게 벗어 나지 않았고, 만화 내용중 하이라이트인 대령숙수의 칼을 물려받기 위한 요리대결이 이야기의 주를 이루었다.
사실, 원작 만화를 먼저 보았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에는 원작 만화에 나오는 방대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원작의 재미를 살리지 못하는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별개로 나오는 몇가지 에피소드를 영화의 주가 되는 요리대결속으로 자연스럽게 집어넣고 보니,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고 뚜렷해지고 산뜻한 느낌이다.
원작의 탁월한 작품성과 감독의 정교한 솜씨가 빛을 발한, 만화를 영화화해서 성공한 몇 안되는 작품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종결선에서 조선 왕조 마지막 임금을 울게 했다는 쇠고기탕의 숨겨진 이야기에 이르니 그만 가슴이 찡해지고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옆 사람에게 안 들키게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난 감동을 주는 영화가 싫다. 보는 사람들의 감정을 조종하려는 감독과 제작자의 농간(?)에 휘둘리는 것 같아서 싫고, 또한 내가 너무나 거기에 쉽게 휘둘려서 싫다.(ㅜ.ㅜ)
가끔씩 난 애국가만 들어도 가슴이 찡할 때가 있다. (그러고 보면 나도 극우파 기질이 상당히 있나보다 ^^)
아무튼, 결말의 처리도 깔끔하고, 원작 만화에 비해서 별로 뒤쳐지지 않는 작품이었다.
사족하나. 여주인공인 이하나는 많은 점에서 김하늘을 떠올리게 했다. 머리모양과 말투 등등에서 처음에는 김하늘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김하늘 특유의 눈웃음은 똑같이 할 수는 없었지만. 어쩌면 유명배우를 기용하지 못한 데 대한 불안감으로 감독이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었을까. ^^
사족 둘. 불가피한 설정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동생처럼 키우던 소를 단지 "내가 최고라는 것을 보이기위해" 도살한다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첫 장면에서 펄떡거리는 복어를 칼로 댕강 내리치는 섬뜩한 장면이 도살장에 소가 끌려들어간 후 여기서도 또다시 재연될까봐 가슴을 졸이며 눈을 가릴 준비하며 봤다. (다행히 그 장면은 그냥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