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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17대 총선이 끝나고

flogsta 2007. 3. 30.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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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났다. 출구조사발표때 155석에서 180석까지 예상된다던 발표와 열린우리당 사람들의 함성과 정동영의 흐르는 눈물때문에 나도 거의 울 뻔 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열린 우리당의 턱걸이 과반수. 열린우리당의 구성원 자체가 별로 마음에 안 들었던 나로서는 적당한 숭리라고 축하를 보내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번기회에 한나라당 보기 싫은 놈들 깨끗이 쓸어버리는 건데..."

축하할 만한 승리도 있었지만 씁쓸한 패배도 있었다. 전자는 노회찬의 당선, 후자는 정형근의 승리. 이제 "노동"에서 오는  적색콤플렉스를 국민들이 벗어던지고 민주노동당을 국민들이 성원해주기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참으로 기분좋은 승리였고, 정형근이라는 지역감정과 레드콤플렉스의 대명사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씁쓸했다. 어쩌랴, 지역감정은 전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경상도인들의 문제인지도 모르는 것을. 수십년동안 핍박받았다는 감정보다 누려왔던 것을 뺏길지도 모른 다는 절박감이 더 강렬한것을.........


홍사덕의 패배도 고소했지만 그가 서울대 출신 최초의 해병대이며, 자신의 아들도 해병이라는 것을 알고서는 그의 진심을 알게 됬다고나할까... 기분이 조금 묘했다. 사람이 살아 가는 곳에는 항상 옳은 사람과 그른 사람의 양분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좀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대학 다닐때 교투, 가투는 별로 안 해보았지만, 한양대에 집회를 참석하러 갔을때 밖에서 전경들이 "침탈"한다는 소리를 듣고서 돌멩이를 던진 적이 있다. 난 너무나 두렵고 떨려서 묵직한 돌을 양손으로 받쳐들고서 돌 담 아래 전경들이 있는 곳으로 던지려고 했는데 친구가 날 보고 말렸다.

" 야,야. 사람 죽겠다. 그게 뭐냐. 치워라."

어설픈 지식으로 적과 동지를 구분했던 나로서는 충격적인 말이었다. 그들은 죽여야할 적이 아니었다!


지금도 이 진리는 유효하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 한나라당놈들을 과반수 이상의 득표로 당선시켜준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의 부모, 삼촌, 숙모, 할아버지, 할머니이다. 누구에게 증오를 돌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