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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_평

[메종 드 히미코] 보다

flogsta 2009. 11. 19. 14:07
메종 드 히미코
감독 이누도 잇신 (2005 / 일본)
출연 오다기리 죠, 시바사키 코우, 타나카 민, 니시지마 히데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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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영화의 감독은 "이누도 잇신"으로, 2003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감독한 사람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감독 이누도 잇신 (2003 / 일본)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우에노 주리, 아라이 히로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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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의 영화가 "이별에 대한 사랑 이야기"라면 이번 영화는 "이해에 대한 사랑이야기"라고나 할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여자주인공이 장애인으로 나오긴 했지만, 그 영화가 장애인 "문제"를 다룬 영화가 아니었던 것처럼, [메종 드 히미코]의 많은 등장인물들이 게이이지만, 이 영화는 게이 "문제"를 다룬 영화는 아니다.
장애인이 "이별"을 위한 설정이었던 것처럼, 게이는 "이해"를 위한 설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그것이 부모와 자식간이라고해도. 아버지가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고 게이로 살기 위해 처자식을 버리고 떠나는 것은 자식이라고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게이들의 실버타운인 "메종 드 히미코"는 남들이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자들이 남들에게서 이해를 구하지 않고서 살아갈 수 있는 고립된 장소이다. 그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만의 천국을 누릴 수 있고, 다른이들의 이해는 필요없다.

외부에서도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담벼락에 게이를 비하하는 욕설을 페인트로 칠하고, "메종 드 히미코"에 도와주러 가는 사오리를 괴롭히는 동네아이들, 나이트 클럽에서 만난 야마자키의 예전 직장 동료가 상징하는 외부사람들도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메종 드 히미코"를 설립한 사오리의 아버지도 병들어 죽어가고, 후원을 해주던 기업가도 손을 떼게 되며, 상태가 심해져 간호가 필요한 사람이 생기면서 그들만의 천국은 다른 이들의 도움을 필요로하게 된다. "외부사람"인 사오리는 일주일에 한번씩 방문하여 일손을 돕고, 뇌졸중으로 쓰러진 루비의 아들을 불러 루비를 집으로 데려가게하며, 과거 게이바에 들렀던 손님들의 명단을 넘겨받아 후원을 요청한다.

"외부"에서의 변화도 있다.  못되게 굴던 아이들중에서 한 명이 "메종 드 히미코"의 일을 돕겠다고 나서고, 사오리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그들의 입장에서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 루비를 그의 아들집으로 보낼때, 아버지가 게이임을 숨긴 일에 대해서 사오리는 화를 내고, 다른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들이 이해하기까지 기다리면, 루비는 죽어. 그건 네가 더 잘 알텐데."
어느새 사오리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사람의 생각에서 벗어나 버린 것이다.


2.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을 꼽으라면 나이트클럽에서 단체로 춤추는 부분을 많은 사람들이 고를 것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엔딩장면의 군무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실제로 일본의 나이트클럽에서 저렇게 추지는 않겠지만, 실제로 그런다면 상당히 재미있을듯하다.

혼자서 춤추는 것이 좋은 이유는 나만의 세계에서 황홀경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인데, 춤을 잘 못추는 사람으로서는 남들의 시선 앞에서 자기 춤에 도취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사람이 함께 추는 춤은 다르다. 8~90년대 대학시절에 유행하던 "민중가", "농민가"등의 노래에 맞춰 추던 군무와 비슷하게, 공동체 의식을 가미한다. 다함께 똑같이 움직일때, 내가 다른 이들과 똑같다--즉, 남들보다 못하지 않다--는데서 오는 안도감과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남들도 다 똑같은 환경에서 내가 약간만 달라져도 튀어보일 수 있으므로, 개성을 발휘할 기회가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 외에 골고루 주어져 있는 편이다.

그래서, 춤추러 가면 늘 남들 추는 춤 구경이나 하다 오는 사람은 이런 군무에 상당히 끌릴 것이다. 요즘은 사교댄스에서 이와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3.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눈에 띄는 사람은 얼마전에 보았던 [매직 아워]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http://movie.daum.net/movieperson/Summary.do?personId=97146
(티스토리의 인물정보에 나오지 않는다. 그정도로 덜 유명하다)
은발이 인상적인 이 사람은 내가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때 이런 모습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단정하고 깔끔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인물이라면 무엇보다, 남자주인공 오다기리 죠를 뺄 수 없다.
오다기리 죠 (小田切 譲, Odagiri Joe) / 일본배우
출생 1976년 2월 16일
신체
팬카페 오다기리 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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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드 히미코'를 이어받아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게이로 나오지만 중후반까지 사실은 이 사람은 게이가 아니었다는 반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국 반전은 없었다. 게이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던 사오리가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변호하는 모습으로 바뀐 것을 보고, 그는 사오리에게 애정을 느껴 키스를 한다. 또, 단 둘이서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눕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는 사오리의 가슴속에 손을 넣었을 뿐, 그 이상 진행할 수가 없다. 그는 사오리에게 정신적으로는 애정을 느끼지만 육체적으로는 불가능한, 반쪽짜리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사오리에게 큰 애정은 없지만 사오리를 육체적으로는 사랑해 줄 수 있는 호소카와를 부러워한다.

아무튼, 게이들은 다 저럴까하는 환상을 품을 수 있을 정도로, 머리모양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만화주인공처럼 멋지다. 나도 머리모양을 저렇게 하면 어울릴까 했더니, "얼굴 작은 사람만 어울려."라고 한 방 날아온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