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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use of scorpion 읽다 본문

감상_평

The house of scorpion 읽다

flogsta 2009. 6. 30. 08:10


글 읽는 감을 잃어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몇 권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포기하기를 몇 번, 그 중에서 끝까지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책의 작가는 미국의 권위있는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한 사람이며, 이 책도 "아동문학"으로 분류되어있다. ㅜㅜ

하기야, 우리말로 된 소설도 무슨 문학상 받은 것들은 아무리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구만…….

책의 내용을 내가 정리할 수도 있지만, 리브로에서 이 책의 줄거리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으니 잠시 읽어보자.

 

미국의 권위있는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낸시 파머의 대표작. 다른 사람에게 여분의 장기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 클론 소년이 자라며 겪는 이야기를 통해 복제 인간의 존엄성과 마약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2003년 뉴베리상뿐 아니라 미국 내셔널 북 어워드, 미국 마이클 L. 프린츠상, 독일 복스테후더 불레 청소년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 책의 배경은 인간이 복제되고, 자동차 대신 호버크라프트가 날아다니고,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을 나선형 도로가 복잡하게 감싸고 있는 미래시대. 그 곳에 태어난 '마트'는 거대 마약 왕국의 주인인 '엘 파트론(대부)'의 클론이다. 법적으로 클론은 태어나면서 지능을 파괴하도록 되어 있지만 엘 파트론은 마트를 정상적인 아이로 자라게 하여, 마트를 통해 자신의 가난하고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보상받으려 한다.

그러나 마트는 '불결한 클론'이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가서 공부를 배울 수도 없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 마트에게 사랑을 주고 보살펴주는 이들은 마트의 보모이자 알라크란 가의 요리사인 셀리아와 엘 파트론과 마트의 경호원인 탬 린, 마트의 유일한 친구인 마리아뿐. 그러던 어느날 엘 파트론이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지고, 마트는 자신이 단지 엘 파트론에게 심장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데...

 

단점부터 이야기해보자. 먼저, 이 책은 "복제인간은 인간성을 가지는가?"는 의미심장한 문제의식을 던져준다고 생각했기에 끝까지 읽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작가는 "복제인간의 인간성"에 대한 주제를 다양하고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복제인간도 인간이다는 명제를 기정사실로 만들어놓고 독자들을 거기로 이끌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초반부에 나오는 "Matt"에 대한 사람들의 과민반응을 지나칠 정도라는 느낌이 들게 묘사하고 있다.

또 하나, "아동소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편"과 "나쁜편"의 구별이 명확하다.

Matt를 어릴 때부터 돌봐준 Celia는 Matt를 구해주기 위해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El Patron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며, 까딱하면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에게 대드는(!) 유일한 사람이다.

Matt가 생일날 자신의 경호원으로 "우연히" 선택한 Tam Lin은 Matt를 인간으로서 대우해주는 가슴 따뜻한 사람이며, 범죄자 출신인 다른 경호원들과는 달리 불의에 항거하다가 우연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일 뿐이며, 우연히도(!) 왕국의 주인인 El Patron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며, El Patron왕국이 파멸되는 비밀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

Matt가 어릴 때 친구가 된 Maria는 그야말로 천사표(!)이다. Matt가 복제인간인것을 알면서도 그를 동정하고, 결국에는 사랑하게 되며, 그녀의 엄마는 El Patron왕국에 저항하는 세력의 지도자이다.

그나마 Maria와 결혼하는 장면으로 소설이 끝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할까.

장점이라면, 일단 재미있다. 줄거리 중간 중간에 풍경이나 심리 묘사가 지루하게 들어가는 일이 별로 없다. 모든 사건이 그 다음 사건과, 전체 줄거리와 결말과 연결되어있다.

그리고, 남성 작가와 여성 작가는 같은 소재를 다루어도 풀어나가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성작가들의 전유물인 "피터지는" 싸움 묘사가 없이도 흥미진진한 전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Matt가 탈출하여 찾아간 Aztlan에서는 고아들을 모아서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었는데, 그 곳에서는 자기전에 "좋은 아이가 되는 법"과 같은 구절을 암송하게 한다. 그리고 자기가 그 날 지은 죄를 남들 앞에서 고백하게 한다. 그리고 잘못을 심하게 한 아이는 "벽에 손을 짚고 기대서"게 한 다음, 매질을 한다. 이 묘사가 낯이 익다면 당신은 40대이상이다^^

과거 한국에 왔던 서양인들이 체벌모습을 어떤 눈으로 보았을지, 어느 정도의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누가 궁금해하진 않겠지만^^, 내가 읽은 것은 Atheneum Books에서 나온 영문판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시공사에서 "전갈의 아이"라는 이름으로 번역출판되었다.